

태풍 노루가 오사카를 접근하는 날, 저는 간사이 공항에 호텔 셔틀버스로 도착했고, 결항으로 시끌시끌한 터미널로 들어왔습니다.

타이항공 체크인 데스크에 막 도착하니 스텝분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로프를 풀어주신 뒤 바로 체크인을 해주셨습니다. 이날 제가 퍼스트클래스에 유일한 승객이였다는 것을 알려주셨고 저는 겉으로는 표정관리를 하려 했지만 속안에서는 신나서 춤추고 있었네요


체크인 데스크에서 안내해주지 않았지만 패스트트랙을 이용해서 보안검사와 출국심사를 끝내고 오늘의 첫 라운지인 ANA 라운지로 갔습니다.
적어도 여기만큼 뭔가 먹을게 있겠지 싶어서 갔습니다.



시끌벅적한 라운지에 음식이 있는 곳으로 가니 먹을건 오니기리와 카레밖에 없었습니다. 배가 많이 고파서 카레 조금 먹은 뒤 비행기를 보며 잠깐 쉬던 중 사람이 더 몰려서 타이항공 라운지로 가기로 했습니다.


타이항공 라운지는 아웃스테이션이다보니 컵라면, 간단한 주류와 음료 외에는 먹을게 없었고 비즈니스 섹션과 작은 퍼스트 클래스 전용 룸이 있었습니다.

퍼스트클래스라고 크게 다른건 없었고 음료를 주문해서 서빙해 주시는게 유일한 차이였습니다. 저는 진저에일을 주문했고 간단한 과자가 몇가지 나왔습니다.
오늘 유일한 퍼스트 승객인 만큼 저는 혼자 사용할줄 알았는데…
갑자기 라운지 어텐던트분이 오셔서 “스미마셍” 하시고 문을 열고 비즈니스클래스 승객들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한숨만 나온 채로 시끌벅적한 라운지를 일찍 떠났습니다.

라운지 바로 옆 게이트에 가니 제가 탈 타이항공 747-400이 있었습니다.

게이트에 시간이 되니 우선 어린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과 노약자 먼저 탑승을 하고 퍼스트 승객…아니 제가 탑승했습니다.

탑승하면서 “사와디캅!”으로 승무원님이 인사해 주셨고 제 좌석인 1A로 안내해 주셨습니다.
이 비행의 사무장님과 수석 승무원님 한분이 제 서비스를 담당해 주셨는데 비행 내내 너무나도 친절하게 서비스 해주셨습니다. 제가 만나뵙게 된 승무원 중에서 이 두분이 5위 안에는 들지 않을까 하네요. 감동적인 서비스였습니다.
좌석으로 안내해 주시고서 제게 수석 승무원님이 자신을 소개해 주셨고 간단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리고서 “The whole cabin is for you!” 라고 말씀하셨을때 괜스래 기분이 좋….아니 너무 좋았습니다. 퍼스트클래스 캐빈 통째로 전세내서 너무 좋았네요.
(3A에 있는 승객분은 타이항공 관계자 분이셨고 이륙 후 자리를 비우셨네요)



제 좌석인 1A는 ANA의 큐브형 스윗이랑 비슷했지만, 보라색과 나무 색깔이 잘 어울려서 고급스러웠습니다. A380기종의 퍼스트클래스보다 훨씬 더 고급스러웠네요.
좌석에는 오키드와 함께 태국식 쌀 크래커가 있었습니다.

좌석 자체는 푹신했고 베게들도 괜찮은 편이였습니다. 리클라이닝 포지션에서도 편안했네요.

좌석 앞쪽의 오토만은 동행인이 있으면 같이 앉을 수 있을 크기였고 아래에는 기내용 캐리어가 들어갈 수 있었던 크기였습니다.
IFE스크린은 나름 큰 편이였지만 터치 스크린이 아니여서 조금 답답했습니다. IFE의 컨텐츠 양도 엄청 많은건 아니였네요.

사진이 많이 흔들렸지만 옆쪽에 코트나 자켓을 걸 수 있었던 워드롭이 있었습니다.

좌석 옆에는 터치스크린 컨트롤러가 있었습니다. 유선인게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사용하기 편해서 일반적인 버튼식 컨트롤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좌석에는 무려 리모와 어메니티 킷이 있었습니다.

제가 짐을 정리하고 사진을 찍다보니 수석 승무원님께서 2006년산 돔 페리뇽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핫타월과 오키드를 사진 찍기 좋게 정리해 주셨네요.
그 외에 금색 박스에 있던 쌀 크래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디테일한 설명은 계속됬습니다.
그 사이 사무장님이 오셔서 소개를 해주셨고 제게 오늘 유일한 승객이니 왕처럼 대접해 주시겠다고 약속해 주셨습니다. (황송해서 어쩔줄 몰랐네요)
그러고서 자주 듣는 질문이지만, “나이가 어리셔요! 학생 맞으시죠? 퍼스트클래스 탑승하기다니 멋지세요!” 라고 하셨는데, 실은 그 뜻은 어린데 어떻게 퍼스트를 타는지 궁금하셨던거였기 떄문에 바로 “저는 작은 규모로 여행 컨설팅을 운영하고 있고, 취미가 비행기 타는거에요. 오늘 타이 항공 퍼스트클래스 기대 많이 하고 왔네요 :)”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자세히 어떤일을 하는지에 대해도 이야기도 해보고 하다보니 벌써 도어를 닫을 시간이 와서 다시 돌아가셨습니다.

도어는 정시에 닫혔고 빠른 속도로 택싱을 한 뒤 활주로를 이륙했습니다. 비행기의 맨 앞에 있는 특성 덕분에 활주로가 훤히 보이네요.

이륙 후 사무장님이 찾아오셔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사무장님이랑 대화가 길어질거 같아서 오토만에 앉으시라고 권하니 괜찮다고 하시고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가 식전주로 미모사를 권해주셔서 미모사를 받았습니다.
견과류는 젤리가 들어가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따뜻하게 데우지 못하고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젤리는 조금 쌩뚱맞다고 생각하고 차라리 젤리를 넣지 않고 따뜻하게 데워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렇지만 샴페인 플룻은 무조건 칠링 한 뒤 샴페인을 담아서 차가움이 오래 갔고 이 작은 터치가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식사 서비스의 시작으로는 따뜻한 까나페가 나왔습니다. 앞쪽부터 순서대로 노른자 지단을 뿌린 얌새우 완자, 닭고기와 선드라이드 토마토, 그리고서 베이컨으로 감싼 치즈였습니다.
맛은 괜찮은 편이였습니다.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맛있었습니다.

카나페에는 조니워커 블루라벨을 마시면서 즐겼습니다.

스카치를 마신 뒤 저는 돔 페리뇽을 마시기로 했고 사진 찍는거를 잘 아신 수석 승무원님이 사진이 예쁘게 나오게 꽃을 꽂아주셨네요.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렸네요 🙂

사진을 찍는 와중에 메뉴에 나오지 않은 애피타이저가 나왔습니다. 닭고기 꼬치와 태국식 새우 샐러드였는데 맛은 괜찮았습니다.
그 다음으로 메뉴에 있는 애피타이저가 나왔습니다.
오른쪽 위부터 관자, 새우, 참치, 감성돔, 그리고 연어가 있었습니다. 맛은 괜찮은 편이였습니다. 이전처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요.


애피타이저에는 브레드 바스켓과 함께 녹차가 나왔습니다. (사시미가 일본식이라고 나온거 같네요)

다음으로는 소고기 콩소메 스프가 나왔습니다. 조심스럽게 추측하지만 ANA 국내선 이코노미에 나오는 소고기 콩소메 스프랑 정확히 똑같은 맛이여서 케이터링 업체에서 똑같은 스프를 주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스프를 다 먹고 나니 제가 사전 주문했던 랍스터 테르미도어가 나왔습니다. 매쉬 포테이토와 삶은 야채가 같이 나왔습니다. 맛은 괜찮은 편이였습니다. 싱가포르항공같지는 않았지만 치즈인지 크림소스인지 모르겠지만 무겁기는 했지만 랍스터 살이 잘 익어서 괜찮았습니다.

랍스터가 양이 적기는 하다보니 수석 승무원님이 양이 적다고 두글레르 소스를 곁들인 구운 농어, 펜네 파스타와 구운 야채 메인코스를 가져다 주셨습니다. 농어는 조금 퍽퍽한 편이였으나 먹을 만 했지만, 두글레르 소스가 랍스터 테르미도어 소스랑 정확히 똑같았습니다.
뒤돌아보니 랍스터에 두글레르 소스가 들어간건 처음 봤네요
펜네는 질긴 편이였지만 구운 야채는 맛있었습니다.

메인 코스를 마치고 나니 치즈 코스가 나왔고 과일, 야채스틱, 정성스럽게 담긴 크래커와 같이 맛있게 즐겼습니다.
아쉽게도 타이항공에 조니워커 블루나 돔페리뇽 외의 주류 선택은 상당히 실망스러운 편이였고 샴페인만 계속 마시게 되었네요.

디저트로 패션프룻 코코넛 판나코타 케익이 나왔고 블랙 티에 우유를 넣어서 먹었습니다. 케익은 정말로 맛있었습니다. 패션프룻 판나코타와 코코넛 크림과 아래 케익이 조화를 잘 맞췄네요.

밥을 다 먹고 수석 승무원님이 잠자리를 꾸며주셨고 사진은 없지만 파자마도 주셨습니다. 아시아내 중거리 노선에 리모와 어매니티 킷이랑 파자마를 주는게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착륙 90분 전에 깨었습니다.

깨어 있는 것을 눈치채셨는지 사무장님이 인사하시면서 아이스크림을 권해주셨고, 하겐다즈 녹차맛 아이스크림을 받았습니다.

비행기는 당초 예정된 시각보다 30분 늦게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게이트에 도착해서 사무장님과 수석 승무원님께 제 칭찬레터를 드리고 너무나도 감사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무장님과 수석 승무원님이 칭찬레터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해 주셨지만, 저는 정말로 잊을 수 없는 서비스를 해주셨기에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이 이 레터라고 말씀드렸네요.
서로 기분 좋게 헤어지고 게이트를 빠져나가니 타이항공 스텝이 기다리고 계셨고,

전동 카트로 향했습니다.

기분 좋게 광속으로 사람들을 요리조리 지나갔는데 이만한 짜릿함(?)은 방콕에서만 느낄 수 있는거 같네요.
오사카 간사이 공항 ANA비즈니스클래스 라운지 총평
+따뜻한 음식이 있습니다. 간사이 공항 유일의 라운지 핫밀이 아닐까 싶네요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이 쉬웠습니다 (일본에서는 이게… 장점이 되네요)
=라운지는 평범했습니다
-ANA제 3의 허브인데도 샤워가 없습니다
-아침 시간대에 음식 셀렉션이 조금 부진하지 않은가 싶네요
-좁은데 사람이 많습니다
오사카 간사이 공항 타이항공 퍼스트클래스 라운지 총평
+프라이빗 룸이 있어서 좋습니다 (물론 이게 단점으로 돌아섰지만요)
+타멕이 시원히 보입니다
-747 380 두 편이 매일 들어가는데 음식 선택은 실망입니다
-더블데커 두편이 들어오는 공항에 라운지를 너무 작게 지어서 미어 터지네요
-스미마셍~하고 퍼스트 라운지에 비즈니스 승객들이 몰려오는건 조금 너무하지 않나요?
-내가 왜 여기에 있어야 하지?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웠습니다.
타이항공 퍼스트클래스 총평
+기내식 사전선택의 옵션이 주어진다는 것은 만족스럽습니다.
+사무장님, 수석 승무원님이 너무나도 친절했습…아니 감동적으로 친절하셨습니다.
+좌석이 전반적으로 정말 좋았습니다. 디자인도 괜찮은 편이였고 노즈의 프라이빗함 덕분에 좋았습니다.
+칠링된 샴페인 플룻이 나오는건 타이가 유일했고 그 덕데 샴페인이 계속 차가워서 좋았습니다.
+6시간 비행에 리모와 어매니티와 함께 파자마, 그리고 턴다운 서비스가 나오는건 엄청난거 같네요.
=음식은 맛있었습니다. 단지 퍼스트클래스 느낌의 음식은 아니였습니다.
-와인리스트랑 드링킹 리스트가 많이 부족한 편이였습니다 (돔페리뇽, 조니워커 블루 제외)
전반적으로 사무장님과 수석 승무원님 덕분에 잊지못할 비행이였습니다. 다음에도 또 타고 싶었고 (방콕한정) 그라운드 서비스와 온보드 서비스 모두 다 갖출건 갖춘게 타이항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 항공사는 서비스에 있어서 그라운드에서 좋은데 온보드가 실망인 일이 있고, 그라운드가 실망인데 온보드가 좋은 일이 있다보니 언밸런스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밸런스 맞춰서 둘다 최악인 곳도 있지만요. 어쨌거나 타이는 그 밸런스를 잘 맞춘거 같고 나도 퍼스트 타봤다! 자랑 할 수 있을만큼의 프로덕트와 서비스를 제공한거 같습니다.